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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목회자칼럼
작성자: 강서기   ID: 2962
작성일: 7/26/2026   조회수:6
     
거룩한 그루터기
     

이민 가방을 꾸리던 날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. 옷 몇 벌, 사진 몇 장, 그리고 두고 온 모든 것들. 익숙했던 언어, 쌓아온 경력, 정든 사람들. 마치 밑동만 남기고 잘려 나간 나무처럼, 인생의 많은 것이 그날 베어졌다.

이사야 6장에서 선지자는 이 절망을 하나님께 그대로 여쭈었다. "주여 어느 때까지니이까?" 돌아온 대답은 더 아팠다. 성읍은 황폐하고, 땅은 사람 없이 버려질 것이라는 선포였다.

그런데 그 절망의 끝자락에 하나님은 한 마디를 더하신다. "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." 베어진 나무는 끝난 것처럼 보인다. 그러나 그루터기 안에는 여전히 뿌리가 살아 있다. 하나님은 심판 가운데도 완전한 멸망을 허락하지 않으시고, 다시 순이 돋을 씨를 남겨 두셨다. 잘림이 곧 끝은 아니었다.

이민의 삶도 그렇다. 고국을 떠나며 잘려 나간 것 같던 그 자리가, 실은 하나님이 새로 심으신 자리였다. 이사야는 그 그루터기 같은 시대에 소명을 받았고, 말씀의 뿌리에 매였고, 훗날 "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리라"는 약속까지 붙들었다. 6장의 절망이 11장의 소망으로 이어진 것이다.

오늘 낯선 땅에서 밑동만 남은 듯 느껴지는 이들에게 이 말씀은 묻는다 . 당신의 잘림도 심판이 아니라 심음일 수 있지 않은가? 뿌리가 살아 있으면 그루터기에서도 새순이 돋는다. 그 뿌리는 다름 아닌 말씀이다. 날마다 그 뿌리를 붙들 때, 가장 척박해 보이는 자리에서도 생명은 자란다.

그루터기로 남는다는 것은 그저 살아남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. 요셉은 형들에게 팔려 애굽의 낯선 땅으로 끌려갔지만, 원망 대신 자신이 그 자리에 먼저 보내심을 받았다고 고백했다.

아브라함은 평생 장막에 거하는 나그네였지만, 눈앞의 가나안보다 하나님이 지으실 영원한 도성을 바라보았다 . 남은 자로 산다는 것은 환경에 발이 묶이지 않고, 그 자리에 담긴 하나님의 부르심을 붙드는 일이다. 우리는 방황하는 이방인이 아니라, 하나님이 이 땅에 심으신 거룩한 씨앗이다. 오늘도 그 소망으로 뿌리를 내려보자.
 


 



 


 

 

 

 

 

 

 

 

 

 

 

 


 

 
     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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